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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 문화의 양면성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외국에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아마도 이말이 무슨 뜻인지 피부로 절실히 느낄 것이다.  필자는 이 특이한 우리나라 국민성의

장·단점에 대해서 항상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번 세월호 사고를 접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몇 자 적고자 한다.

 

가끔 친구들이 묻는다, 내가 한국에서 온 것은  알겠는데 어느 쪽이냐고. 북한 혹은 남한? 많은 미국 사람은 역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물며 미국인이 한국 역사를 잘모르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 질문에 나는 미국에 살고있는 한국인은 거의 모두가 남한에서 온 사람들이고 북한에서 온 사람은 아마도 유엔 본부에 몇 명 있을 것라고 농담삼아 대답해준다.  그리고 곁들여 물어본다.  내가 5분 정도 KOREA 101강의를 할 의향이 있는데 관심이 있느냐고.   대부분은 흥쾌히 응해준다.  

 

나는 우리나라의 오천년 역사를 시작으로, 일본식민지 기간, 한국 전쟁 일어난 이유, 왜 나라가 갈라졌는지에 대하여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중국, 일본, 한국의 섬세한 문화적 차이를 설명한다. 한국 이중국과 일본과 같은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어서 항상 외부로 부터의 침략을 경계해야 했으며, 그러한 지정학적 요인이 우리나라 사람의 국민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이야기해준다.  

 

외국에 있으면 자동으로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부쩍 늘어난 한국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력이 높아진것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역사와 문화가 잘 보존되어 왔으나, 주변 강대국 중국및 일본 사이에서 안보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항상 눈치를 보는 입장이었던 것은 부인 할수가 없다.  

 

6.25 전쟁 이후, 경제적 롤모델이었던 일본은 수익이 높은 하이텍 전자 및 자동차 업종에 집중한 반면, 우리나라는 수익이 낮은 노동 집약적인 옷, 신발 등의 제조경제를 추구하여 생존을 유지하였다.  그것도 잠시뿐. 중국이 낮은 노임으로 바짝 따라 잡기 때문에 한국은 자동차 부품 등 보다 경쟁력이 있는 새로운 품목을 항상 찾아 야만 했고, TV, 가전제품, 컴퓨터, 휴대용 전화기 등의 기술 개발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고 성장하는 중국에게는 밀리는, 항상 불확실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주변을 견제해야만 했다. 천연자원이 부족해 수출에 크게 의존해야만 했던 한국인의 삶은 말 그대로 치열한 생존경쟁이었던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예측을 불허하는 북한이 딱 버티고 있어서 느긋하게 미래를 설계할만한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라난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의 신속성과 또 “하면한다” (can-do spirit) 는 정신력은 시너지가 되어 지난 50년의 한국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특이한 국민성에도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빨리빨리”문화의  부작용은  아마도 일을 “대충대충”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가 경제 초창기에는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잘 살아보자는 목표 지향적이었으니까.  어느정도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70년대초 서울- 부산 고속도로 준공이 늦어지자 고위 담당자가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준공식 날 대통령께서 무사히 통과만 하시면 된다. 그 이후엔 무너져도 상관없다. 나중에 고치면 되니까.  그 이후로 우리는 아파트와 백화점 붕괴, 한강 다리 붕괴, 여객선 침몰 사건 등등 여러가지 믿기 어려운 대형 사고를 겪어야만 했다.    

 

물론 이런 일들이 다른 선진 국가에서도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건 대부분은 안전불감증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필자를 안타깝게 만든다.  앞으로 더 조사를 해봐야 겠지만, 이번 세월호 사건은 그 대표적인 경우로 공공 안전을 “대충 대충” 하는 문화가 빚은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라고 본다.  승무원들의 범죄에 가까운 “무능”과  담당 회사의 “정경 유착” 속에서 안전수칙을 철저히 믿고 따르던 수 많은 우리네 어린 아이들만 어이없이 희생되고 말았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의 양면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빨리빨리” 의 신속성 (speed, drive)과 근면함 (hard-working) 같은 좋은 점은 이어 나가되, 목적달성을 위해 적당히 대충 대충하는 무사안일의 태도는 이제 우리 선진 한국에서는 없어져야 할 관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봉섭

보스톤 코리아 2014년 6월 16일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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