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5 08:39
1980년 초반에 로드아일랜드에 이민 와서 어느 날 친구를 따라 영어 배우러 갔는데, 내 뒤에 앉은 귀엽게 생긴 중국 남자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우리 다 같이 가서 커피 마실래?” 해서 친구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한문으로 이름을 주고 받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지금의 남편이 된 그 남자가 나를 쳐다 보며 뜬금 없이 자기는 장차 독립해서 중국 식당을 차릴건데 “ 너 나 좀 도와 줄 수 있니?”. 하고 물어 보았는데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오 케이! 우리 엄마도 한국에서 오랬동안 식당을 하셨는데 도와 줄께.”라고 별 생각 없이 대답 했다가 거기에 코가 궤인 것 같다.
1986년에 East Greenwich, Main Street에 있는 조그만 중국식당을 인수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의 호경기와 남편의 몸 사리지 않은 성실함이 잘 맞아 떨어져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운영을 해오며 아이들의 비싼 대학교 학비도 모두 내 줄 수 있어서 여러가지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 와중에 네 아이에게 식당 하나씩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남편의 이상한 신념으로 네개의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같은 이민 1세들은 주 6-7일을 밤낮으로 매달리며 몇십년을 묵묵히 견뎌냈지만 여기서 태어나 자란 2세들은 그런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디며 식당을 하나씩 물려 받을지 아직 의문이 생긴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Cathay Garden은 전 주인이 25년 정도 운영하고 우리가 인수하여 30년 동안 운영하면서 이곳 Main Street의 오래된 단골 가게의 하나가 되었다. 대부분의 많은 손님들이 어려서부터 부모 손을 잡고 오다가 이제는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오는 손님들이다. 이곳에서 살다가 타주로 이사간 손님들도 로드아일랜드에 방문할 때 우리 식당에 들러서 식사를 하곤 하는데 어릴때 자랐던 곳의 향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곳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늘 보는 얼굴들을 매주 반길 수 있고 많은 손님들과 지난 얘기들을 하며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추억을 공유하는 것 같아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데 남편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주 6-7일을 쉬지 않고 일을 하니 우리는 언제 슬로우 다운해서 조금이라도 건강이 허락 할때 여행도 다니고 인생을 즐기다 갈 수 있을지 아주아주 많은 의문이 생긴다.
조원경 (한인회 회장 2021-2022)
이글은 로드아일랜드 한인회보 2016 2월15일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