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 음식] 화합 상징하는 韓 대표 음식, 제사음식 섞어 먹던 데서 유래

▲ /조선일보 DB

얼마 전 청와대가 도널드 토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딸인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과의 만찬에서 비빔밥〈사진〉을 내놓아 화제가 됐어요. 유대교인 이방카를 위해 청와대가 이날 만찬을 전통 유대교 식사법인 '코셔(Kosher)'에 맞춰 준비했는데, 여기에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비빔밥을 함께 넣은 거예요. 청와대는 "비빔밥은 서로 다른 재료를 골고루 섞어 먹는 음식으로 화합을 상징한다"고 했답니다.

비빔밥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우리 음식이에요.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외국 정상과의 식사 자리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지요. 지난해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에서 환영 만찬에 퓨전 스타일 비빔밥을 올리기도 했어요. 평창올림픽에선 '비빔밥 최고'라는 외국 선수도 많았지요.

비빔밥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는데, 제사를 지내고 제물로 올린 음식을 한데 섞어 비벼 먹던 오래된 풍습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유력해요. 19세기 말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는 요리책인 '시의전서'에 '부뷤밥'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하지요. 시의전서는 비빔밥 만드는 방법을 '밥을 정히 짓고 고기를 재워 볶고 각종 채소를 볶아 놓고 다시마로 튀각을 튀겨서 부숴 놓는다. 위에는 깨소금, 기름을 많이 넣어 비벼서 그릇에 담는다'고 기록하고 있어요. 오늘날 비빔밥은 부뷤밥에서 변한 것으로 추측돼요. 비빔밥의 한자 이름인 '골동반(骨董飯)'은 '밥을 뒤섞는다'는 뜻이지요.

비빔밥은 여러 영양소를 동시에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서 좋아요. 쇠고기와 달걀엔 단백질, 참기름엔 지방, 각종 제철 나물엔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돼 있지요. 특히 나물에 들어있는 다양한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물질이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해요. 고추장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비빔밥이 있답니다. 전주비빔밥은 17세기 전주 남부시장을 중심으로 발달한 것인데, 가장 중요한 재료가 콩나물이에요. 밥에 뜸을 들일 때 콩나물을 넣어 익힌 후 황포묵, 쇠고기 육회, 달걀노른자, 찹쌀고추장, 참기름 등을 넣어 비벼 먹지요. 진주비빔밥은 밥 위에 각종 나물을 얹고 가운데 육회를 얹어서 모양이 꽃처럼 화려하다고 해서 화반(花盤)이라고 해요.

그 외 볶은 쇠고기를 얹어 만든 평양비빔밥, 볶은 밥에 각종 채소와 해산물, 닭고기를 얹어 먹는 해주비빔밥, 비빔밥 위에 생미역이나 톳, 방풍나물 등을 고명으로 얹어 비벼 먹는 통영비빔밥, 삼색 나물을 밥에 넣고 전과 돔배기(상어고기), 산적과 함께 먹는 안동 헛제사밥, 삶은 닭고기를 찢어 양념한 후 콩나물과 비벼 먹는 함경도 닭비빔밥, 멍게를 숙성시켜 젓갈로 만든 후 김가루 등과 비벼서 먹는 거제 멍게젓갈비빔밥 등이 유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