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과 크리스챤 정신
로드아일랜드 중앙한인교회
주원열 목사
한인회 총무님으로부터 "삼일절과 크리스챤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5분간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오늘 강연 내용은 국사 편찬 위원장을 지내신 이만열 교수님과 고신대학교 교회사 명예 교수이신 이상규 교수님의 글을 참조한 것입니다.
먼저 삼일 운동은 미국 대통령 윌슨의 ‘민족 자결주의’를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윌슨의 민족 자결 주의는 1차 세계 대전의 패전국들에게 식민 지배를 받던 민족들에게 적용되는 원칙이었으므로, 사실 한국 민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민족 지도자들은 이를 조선 독립 운동의 대의명분으로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최남선은 독립 선언서에 들어간 정의, 평등, 무저항주의 등의 사상은 기독교에서 나온 것이라고 후일 증언하였습니다. 그처럼 삼일 운동에서 기독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기독교인은 인구의 1.5%인 약 24만명에 불과하였지만, 독립 선언서에 서명한 민족 대표 33인 가운데 16명이 기독교인이었고, 만세 운동으로 6월까지 투옥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개신교인이었고, 특별히 여성 투옥자는 거의 다 기독교인이었습니다. 1919년 9월에 평양에서 열린 장로회 총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장로교인만 52명이 사망했고, 3804명이 투옥되었으며, 목사와 장로 1024명 가운데 13%인 134명이 감옥에 있었습니다. 기독교와 함께 삼일운동을 주도한 종교 세력인 천도교는 19세기 이래 민중운동의 중요한 흐름인 동학의 후예로서, 천도교 교주 손병희의 법정 진술에 의하면 명부 등재자가 300만명이고, 의무 부담자가 200만명이라고 하였습니다. 그의 진술대로 라면, 천도교는 기독교의 10배가 넘는 교세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처럼 기독교와 천도교의 당시 교세를 비교해 보면, 삼일 운동에서 기독교가 보여준 주도적인 역할은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삼일 운동 100주년을 맞이해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담화를 통해 “그 역사의 현장에서 천주교회가 제구실을 다 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주교는 “조선 후기 한 세기에 걸친 혹독한 박해를 겪고서 신앙의 자유를얻은 한국 천주교회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까닭에 외국 선교사들로 이뤄진 한국 천주교 지도부는 정교분리 정책을 내세워, 해방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외면한 채 신자들의 독립운동 참여를 금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개신교 선교 들도 피선교지에서의 정치적 중립 원칙에 따라서 정교 분리적인 자세를 취하였지만, 조선에서 발생한 독립 운동을 해외로 전파하여 국제 여론 형성에 기여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언더우드 선교사는 제암리 학살 현장을 미국 영사 Raymond Curtice와 함께 방문하고, 7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미국무성과 미 북장로교 해외 선교부에 보고되게 하였습니다. 또한 스코필드 선교사는 제암리 학살 현장의 사진과 함께 일제의 만행을 폭로하였습니다. 그는 1920년 4월 한국에서 추방된 후에도 미국에서 한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기 때문에, 흔히 34번째 민족 대표로 불립니다.
기독교회는 삼일 만세 운동이 한창일 때에, 독립단 통고문을뿌렸습니다. 내용은 ① 매일 3시에 기도하고, ② 주일은 금식하고, ③ 매일 성경을 읽는데,
- 월요일(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앗시리아에 대한하나님의 징벌),
- 화요일 -렘 12 (유다가 멸망한 원인에 대한 설명,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버리셨기 때문,
- 수요일-신 28 (이스라엘 백성이 다른 민족에게 침략 받아 고통 받게 되리라는 예언),
- 목요일-약 5 (고난당하는 기독교인들에게 기도와 인내할 것을 권면),
- 금요일-사 59 (죄지은 백성이 회개할 때 하나님께서 구원해 주신다는 예언), 그리고
- 토요일- 롬 8 (성령이 주시는 생명, 장차 나타날 영광에 비하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등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독교회가 민족과 신앙을 일치시킨 면을 엿보게 됩니다.
한국 교회는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의 압제로부터 해방시키시고 또한 바벨론의 포로 생활로부터 해방시키신 하나님이 한국 민족을 사랑하시며 한국 민족을 해방시키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특별히 한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닌 일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기독교와 민족주의가 자연스럽게 결합될 수 있었고, 기독교적 민족주의를 형성하여 삼일 운동에 견인차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족의 빛이 되고자 하였던 기독교 정신을 되살리는 뜻 깊은 삼일절 백 주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