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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이돈하 목사]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사람들

이돈하 목사
오리건 벧엘장로교회 담임/오리건 밴쿠버 한인교회연합회장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사람들

 
한국전쟁 67주년과 최근 백악관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을 맞아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합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의 한 장로님의 아들이 교사로 재직하는 학원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 브루스라는 미국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브루스씨는 자신의 부친이 87세로 이제 막 소천하셨는데 유언으로 장례식 때 한국 해병대 군가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마침 당신이 한인 2세이니 혹시 군가를 불러줄 수 있는 분들을 찾을 수 있는지 급하게 물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부친께서 살아 생전 자신에게 주신 ‘나가자 해병대’의 한글 악보까지 주며 부친의 장례식 때 꼭 와서 불러줄 분을 찾는다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그러면 대관절 자신의 장례식 때 한국 군가를 불러달라는 유언을 남긴 이상한 미국인은 누구일까요?

그는 토마스 위디컴(Thomas Withycombe)씨로 오리건주의 유레카라는 소도시의 신앙 명문가에서 자라난 독실한 크리스천입니다

또한 그의 할아버지는 한 세기 전 오리건의 덕망 있던 주지사였습니다. 지금도 8,000명 이상 되는 2개여단이 주둔하고 있는 오리건주의 가장 큰 부대 ‘캠프 위디컴’은 그의 조부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토마스 위디컴씨는 학업성적도 우수해서 콜럼비아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게다가 리더십이 뛰어나서 자신이 다닌 유레카 하이스쿨의 농구팀을 몬태나에서 열리는 스테이트 대회 챔피언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모험심 많은 그의 가장 특별했던 선택은 1950 21세의 젊은 나이로 한국전쟁에 해병대로 자원 입대한 것입니다. 위디컴씨는 한국전쟁 때 미국을 출항하여 일본을 거쳐 처음으로 한반도에 발을 디딘 곳은 진해였습니다

상륙정을 타고 짙은 안개로 보이지 않는 낯선 땅이 자신의 미래처럼 생각되어 불안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어떤 문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어떤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국가가 명령했고 전우들이 가니까 자신도 이끌려 갈 뿐이었습니다. 극도의 긴장 속에 상륙정이 육지 가까이에 가는데 앞에서 군가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국말 군가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자신들과 같은 해병모자와 군복을 입은 한국군 해병대가 상륙하는 자신들을 응원해주기 위해서 힘차게 ‘나가자 해병대’ 군가를 부르면서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때의 감동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낯선 땅이지만 목숨이 오가는 사선에도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우리와 같은 목적으로 싸우는 이 나라 전우들이 있었구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용기를 되찾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군가를 외우고 전쟁터에서 위험한 순간 두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이 군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리건 고향으로 귀국한 뒤에도 인생의 어려운 고비마다 이 군가를 애창했고 그 가사를 인생의 좌우명같이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유언으로 꼭 이 군가를 자신의 장례식 때 불러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젊은 시절 입대해서 그 불확실한 땅을 향해 상륙할 때도 이 군가가 한없는 용기를 줬듯이 이제 곧 자신은 안개같이 불확실한 죽음을 뚫고 천국에 상륙할 것인데 이 군가를 불러준다면 또 한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한국 군가를 불러줄 것을 아들에게 유언으로 남긴 것입니다

그래서 브루스씨는 아버지가 소천하자 유언대로 장례식에 이 한국 해병대 군가를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마침 같은 직장 동료가 한인 2세이니까 이 악보를 주면서 군가를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달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오리건 장로찬양단과 연락이 닿아 위디컴씨 장례식에 와서 특송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짧은 기간의 연습인데도 그토록 한국을 사랑했던 미국인의 의미 있는 장례식이라는 생각에 많은 단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장로찬양단이 이 군가를 부를 때 위디컴씨의 아내와 자녀들 모두 기립해서 얼싸안고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가족은 이 곡이 돌아가신 위디컴씨가 힘들 때마다 부르던 그 분이 가장 사랑했던 곡이라 너무나 감동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감동을 받은 것은 참석해서 특송을 불러준 장로찬양단이었습니다. 뜨거워진 눈시울로 찬양단원들은 위디컴씨가 평소 이렇게 사모하던 곡인 줄 알았으면 살아생전 병실에서 불러드렸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아쉬움이 남았다고 합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분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바로 위디컴씨와 같은 이런 분들이 정말 한국을 사랑하는 선교사구나! 하지만 난 이 땅에 와서 크고 많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얼마나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았는지, 그리고 이런 분이 평생 동안 한국을 품고 산 것처럼 나는 한국인으로서 얼마나 내가 살고 있는 미국과 미국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사랑하고 살았는지를 돌아볼 때 참 부끄럽고 한편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한미 관계는 서로간에 이해 관계에 따라 누가 더 이익 혹은 손해가 되느냐에 좌우되는 면이 없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한미 관계는 반미나 친미와 같은 이념 논쟁, 사대주의나 배격주의 중에 무엇이 옳은가로 판가름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한미 관계는 젊은 시절의 사건을 죽을 때까지도 잊지 못하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함께 피로 맺어진 혈맹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의 이름 모를 들녘에서 죽어간 수많은 국군들과 위디컴씨와 같은 미군과 UN군의 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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